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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詩가 만난 사람들
[시가 만난 사람들] 우진숙 울산YWCA이사, 전 울산시강남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사각 틀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았으니 이제는 동그랗게 살고 싶습니다”
기사입력: 2016/04/13 [12:2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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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덕순 편집국장
울산 최초 교육행정지원국장을 역임한, 일하는 여성의 롤 모델
“저는 詩와 늦바람이 난 여자, 시를 만난 것이 인생 최고의 행운”

▲   우진숙 울산YWCA이사, 전 울산시강남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 UWNEWS

“40여 년 눈만 뜨면 해오던 교육행정의 복잡다단한 일들을 하루아침에 손을 놓았을 때,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행복감은 말할 수가 없었지요. 평소 꿈꾸어 왔던 로망, 맘대로 쉬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취미생활을 하겠다던 소원대로 2년 신나게 배우고 쫓아 다니며 사회활동과 봉사도 했습니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은 언제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었지요. 그 때 만난 것이 시낭송이었고...저는 시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자신을 詩와 시낭송과 사랑에 빠진 여자라고 말한다. 늦바람이 났다고 말하며 하하 웃는다.
채워지지 않는 가슴의 빈 공간을 채워준 것이 시였고 시로서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최근에 읽었던 시 중, 신경림의 ‘偶吟’을 들려준다.
  

       우음                              
                                          신경림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이어서
봉우리도 있고 바위너설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갈대밭도 있다
품안에는 산짐승도 살게 하고 또
머리칼 속에는 갖가지 새도 기른다
어깨에 겨드랑이에 산꽃을 피우는가 하면
등과 엉덩이에는 이끼 더 돋게 하고
가슴팍이며 뱃속에는 금과 은 같은
소중한 것을 감추어두기도 한다
아무리 낮은 산도 알건 다 알아서
비바람 치는 날은 몸을 웅크리기도 하고
햇볕 따스하면 가슴 활짝 펴고
진종일 해바라기를 하기도 한다
도둑떼들 모여와 함부로 산을 짓밟으면
분노로 몸을 치떨 줄도 알고
때 아닌 횡액 닥쳐
산 한 모퉁이 무너져 가면
꺼이꺼이 땅에 엎으러져 울 줄도 안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근심어린 눈으로
사람들 사는 꼴 굽어보기도 하고
동네 경사에는 덩달아 신이 나서
덩실 덩실 춤을 출 줄도 안다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
있는 것은 있고 갖출 것은 갖추었다
알 것은 알고 볼 것은 다 본다.



“偶吟이란 단어가 좀 생소하긴 하지만 뜻을 보면, 우연히 읊은 詩歌라는 뜻이더군요. 도종환 시인은 하소연, 푸념,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을 형상을 통하여 생각을 표현하는 문학의 방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만, 신경림 시인은 이 우음이란 시를 ‘예산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예산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신경림 시인은 작은 산도 낮은 산도 바위, 골짜기, 숲, 광장 등을 모두 갖고 있고 가만히 있어도 알 건 다 알고 볼 건 다 본다고 표현했다. “이 시를 읽으며 정말 시인들은 대단한 사람들임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 있는 것은 있고 갖출 것은 갖추었다
알 것은 알고 볼 것은 다 본다.

어떻게 산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인간세상을 들여다보고 더 나아가 그 속에 모든 것을 품고 살아야함을 전해줄 생각을 했을까?

“전율이 오더군요. 저는 이 시에서 산을 바라보고 얻은 삶의 이치와 지혜를 시인으로부터 전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움직이지 않고 제 자리에 가만히 있는 산은 온갖 만물을 다 품고 있는데, 움직이는 인간 또한 산과 같아서 볼 꼴, 안 볼 꼴, 모두 품고 살아야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애송하며 추천하는 시에서 그의 생각의 깊이와 내공을 가늠해 본다. 그에게 있어 시낭송은 어떤 모습과 색일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시낭송은 먼저 자신이 시와 사랑에 빠지고 그 시를 이해하고 읊다보면 외우게 되고, 요리를 즐기듯, 시낭송도 요리하듯 즐겨야 합니다. 갖가지 재료를 가지고 맛을 내는 요리사처럼 시를 즐기며 그 시를 타인들에게도 전해주는 것이 시낭송이 아닐까? 합니다. 시낭송을 알고부터 행복이란 단어가 제 입에서 술술 나오더군요. 이제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말이고 나를 지키는 말이며 나를 버티게 하는 말이란 진리를 깨달았으니 제2의 인생을 잘 살고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시와, 시낭송과의 사랑은 계속 될 것이고 좀 더 생산적이고 성취감이 큰, 지금까지 쌓아온 기획과 노하우를 적극 펼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고 하는 그는 역시 일 잘 하는 베테랑 전문직 여성이다.  
평소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해야 큰 일도 잘 할 수 있다”라는 소신대로 자신의 일과 삶을 잘 꾸려온 그는 두 딸을 잘 키우고 교육행정에 평생을 힘을 쏟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 같은’ 모습으로 멋진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노련함으로 서 있다.

1982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행정학, 유아교육, 중어중문학 학사과정을 공부한 공부벌레였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부산대학교 교육대학교대학원에서 교육행정학 석사과정을 공부한 노력가이자 열정파이다.
특히 울산교육 살림을 두루 거친 일솜씨로 인정을 받았으며 울산광역시교육청 정책관을 거쳐 울산강남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을 역임할 만치 똑 부러지는 일처리로 정평이 났었다고 주위에서는 그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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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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